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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Story(영화생각)

'퓨리오사'는 있고 '범죄도시4'에 없는 것!

by 76맨손의마술사 2024. 6. 4.

며칠 전 '퓨리오사'를 10명 정도의 인원이 단체 관람했다. '퓨리오사'를 보고 난 후 다 같이 치맥집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퓨리오사'에 대한 평가를 나누었다.
각자 나름대로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잘 만든 액션 영화'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리고, 다 같이 한 말 중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를 왜 못 만들까?"였다.
물론, 돈이 없어서 그렇겠지만, 영화에 대한 대화 중에 답이 있었다.

1. 영화 기획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지금 우리나라 영화시장은 투자 회수 위주로 영화가 기획되다 보니 창의성과 다양성이 부족한 것이다. 즉, 신진 작가의 좋은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질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영화 측 관계자 말에 의하면 국내 신규 영화 제작 편수가 급격히 줄었고, 그것도 유명 감독 외에는 새로운 감독의 입봉작이 거의 없다고 하였다.

2. 제작, 배급의 독점이다.
얼마 전 천만을 넘은 '범죄도시4'는 85%가량 극장을 독점하였다. 이는 재벌이 제작과 배급을 독점하고 있다는 말이다. 메가박스(플러스엠), CGV(CJENM), 롯데시네마(롯데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멀티플렉스가 제작, 배급, 독점까지 재벌들이 소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권력이 되었다. 참석했던 영화 관계자분이 이런 말을 남겼다.

"영화가는 깡패에서 재벌로 권력이 바뀌었다."

3. '퓨리오사'는 있고, '범죄도시4'에는 없는 것!
올해 천만 영화를 기록한 작품은 '파묘'와 '범죄도시4'가 현재까지 유일하다. 그중 소위 잘 만든 영화면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영화는 '파묘'가 유일하다. '범죄도시4'는 오락성은 높으나 그렇다고 잘 만든 영화라고 보기엔 애매하다. 오히려 '범죄도시4'가 흥행할 수 있었던 건 '마동석'이라는 한국에 없는 독보적인 캐릭터 덕분이다. 특히, 마동석의 시원시원한 타격감이 주는 쾌감만이 유일한 '덕'이 되는 영화다. 물론, 이런 류의 영화도 한국 영화 산업에는 필요하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지만, '범죄도시4'는 '마동석'의 기획, 제작 등 '마동석'이 진두지휘한 영화라는 게 기존 영화와는 다른 점이다. 감독이 있지만 없다. 천만 영화임에도 감독이 누군지 모른다. 이는 '범죄도시4'가 감독의 영화가 아니라는 얘기다. 퓨리오사는 '조지 밀러 감독 작품'이다. 이것이 '범죄도시4'와 '퓨리오사'의 근본적인 차이다.

4. 범죄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
함께 퓨리오사를 본 사람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모두가 동의한 건, 영화는 감독의 영화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앞부분에 'OOO 감독 작품'이라고 나오는 이유다. 잘 만든 작품일수록 좋은 감독이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마동석의 기획, 제작에 적극 참여하는 건 좋다. 하지만, 범죄도시 시리즈는 이제부터 좋은 감독이 참여 해야지만 좋은 시리즈물로 거듭날 수 있다.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시리즈'처럼 말이다.

퓨리오사를 보고, 범죄도시를 논하게 된 이번 단관 시사는 영화와 관련된 인사이트 있는 대화가 많이 오고 갔다. 특히,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진정 걱정하는 건 이제부터 한국 영화의 암흑기가 이미 시작되었고 당분간 끝없는 긴 터널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영화계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의 격차가 극심할 것이며, 갈수록 극장을 찾아오는 관객은 적어진다는 것이다. 영화는 대중이 즐길 수 있는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고급 예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한국 영화계가 살기 위해서는 천만 영화 한 편이 아니라, 300만에서 500만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신인 영화 창작자들(감독, 각본가, 영상 촬영 감독 등)이 많이 등단하기 위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 이미지 출처: DALLE